건강칼럼
암 호르몬치료 필요성과 내분비내과 진료 알아보기
- 2026-10-27
NOTE BY 한림병원
암과 호르몬은 관계를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이번 회는 암 치료 가운데 가장 긴 치료, 호르몬 치료의 이야기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몸의 호르몬 체계를 함께 보는 과가 왜 내분비내과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호르몬 치료 처방전을 받아 들면, 대부분은 이 치료를 "먹는 일"로 이해합니다. 매일 아침 알약 하나, 3개월마다 주사 한 번. 그것만 지키면 되는 치료라고요.
그런데 이 치료가 실제로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호르몬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호르몬 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건드리는 치료가 아닙니다. 몸에서 호르몬을 없애거나 막아서, 암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치료입니다.
그렇다면 그 환경의 변화는 암세포에만 일어날까요? 그리고 이처럼 호르몬 환경을 다루는 진료과는 어디일까요?
오늘은 호르몬치료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호르몬 치료는 왜 필요한 걸까
암세포 중에는 몸의 호르몬을 성장 신호로 쓰는 것들이 있습니다.
유방암의 상당수는 여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할 때 자라고, 전립선암의 대부분은 남성호르몬을 같은 방식으로 씁니다. 수술로 암을 떼어내도, 눈에 보이지 않게 남은 세포가 있다면 그 세포는 여전히 호르몬을 먹이로 기다리고 있는 셈이죠.
암 호르몬치료는 그 먹이를 없애는 치료입니다.
두 가지의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됩니다.
하나는 호르몬이 암세포의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호르몬의 생성 자체를 억누르는 것입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남은 암세포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을 오래 유지해 재발을 줄이는 것에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기간에 있습니다. 호르몬 수용체를 가진 암은 수술 후 몇 년이 지나서도 재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호르몬 치료는 5년, 경우에 따라 10년까지 이어집니다. 암 치료 중 가장 긴 치료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호르몬은 암세포만의 먹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뼈, 혈관, 근육, 뇌까지 같은 호르몬으로 유지되는 조직들이고, 호르몬 치료는 이 모두의 환경을 함께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떤 암에 필요하고, 어떤 암에는 필요 없을까
암 호르몬치료는 먹이가 호르몬인 암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전에 암세포에 호르몬 수용체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잘 맞는 경우 |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남성호르몬 의존성 전립선암, 수용체가 있고 재발 위험이 낮아 호르몬 치료가 주 치료가 되는 경우 |
| 부족한 경우 | 호르몬 수용체가 없는 암, 수용체가 있어도 재발 위험이 높아 다른 치료가 앞서야 하는 경우, 호르몬 치료 중에도 암이 자라기 시작한 경우 |
잘 맞는 경우
유방암은 열 분 중 일곱 분 안팎이 호르몬 수용체 양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암 호르몬치료는 재발을 줄이는 중심 치료이며, 수용체가 있고 재발 위험이 낮다면 호르몬 치료가 사실상 유일한 보조 치료가 되기도 합니다.
전립선암에서는 남성호르몬 차단이 진행된 병기의 핵심 치료로 쓰입니다. 방사선 치료와 나란히 가기도 하고, 단독으로 오래 이어지기도 하죠.
부족한 경우
수용체가 없는 암은 끊을 먹이가 없습니다. 이 경우 호르몬 치료는 자리가 없고 다른 계열의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수용체가 있어도 재발 위험이 높으면 호르몬 치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른 치료가 먼저 오고 호르몬 치료는 그 뒤를 잇는 역할이 됩니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 중에 암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면, 암세포가 호르몬 없이 자라는 방법을 익힌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때는 약의 계열을 바꾸거나 다른 치료를 더하게 됩니다.

※ 호르몬수용체
호르몬을 끊으면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호르몬 치료는 몸을 인위적인 호르몬 결핍 상태로 만드는 치료입니다. 그 결핍은 암세포 뿐 아닌 다른 부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뼈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은 모두 뼈를 지키는 호르몬입니다. 그 신호가 끊기면 골밀도가 빠르게 줄고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폐경 후 여성이 겪는 뼈의 변화가 훨씬 압축된 속도로 오는 셈입니다.
대사
남성호르몬 차단은 근육을 줄이고 지방을 늘리며 혈당과 지질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호르몬 차단도 체중과 콜레스테롤의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당이나 혈압이 경계에 있던 분에게는 호르몬 치료가 그 경계를 넘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사가 건강한 분은 같은 약에서 변화가 크지 않기도 합니다.
결핍 증상
안면홍조, 발한, 수면 장애, 관절통, 기분의 변화.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든 몸이 보이는 반응들입니다. 갱년기와 같은 양상이지만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오는 것이 아니라 약을 시작한 직후부터 한꺼번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증상들이 호르몬 치료를 중단하게 만드는 가장 흔한 이유로 보고됩니다. 견딜 만한지, 조절할 수 있는지, 다른 원인은 없는지를 가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환자분은 혼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단약을 하실 위험이 있습니다.

변화를 보는 과는 왜 내분비내과일까
뼈, 대사, 호르몬 결핍 증상.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암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체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호르몬 체계를 보는 과가 내분비내과입니다. 골다공증, 당뇨와 지질 이상, 갑상선과 성호르몬의 균형은 원래부터 내분비내과가 다루어온 영역이고, 호르몬 치료가 몸에 만드는 변화는 정확히 그 영역 안에서 일어납니다.
내분비내과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작 전에는 골밀도와 혈당, 지질의 출발점을 확인해 이 몸이 호르몬 결핍을 어떻게 받아낼지를 가늠합니다.
치료 중에는 정해진 간격으로 같은 항목을 다시 확인하고, 변화가 확인되면 뼈를 지키는 약을 더하거나 혈당과 지질을 조절합니다.
결핍 증상이 심하면 증상별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난 뒤에는 호르몬이 회복되는 과정과 남은 변화를 이어서 봅니다.

이 모든 단계에서 내분비내과가 지키는 원칙은 하나입니다. 호르몬 치료를 멈추지 않는 것. 뼈가 약해지면 뼈를 받치고, 혈당이 오르면 혈당을 잡되, 암을 억누르고 있는 호르몬 치료 자체는 그대로 가져가는 방향으로 판단합니다.
암 진료과는 이 치료가 암에 잘 듣고 있는지를 봅니다. 내분비내과는 이 치료를 몸이 계속 받아낼 수 있는지를 봅니다. 두 시선이 같은 환자분을 향할 때 호르몬 치료는 5년을 채웁니다.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봐야 할까
호르몬 치료를 앞두고 확인해야 할 것은 처방이 나왔는가가 아닙니다.
이 치료가 내 몸의 호르몬 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알고 시작하는가, 그리고 그 변화를 봐줄 과가 치료 계획 안에 있는가입니다.
호르몬 치료는 처방으로 시작되지만 처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몸의 변화를 읽고 받쳐주는 관리가 있어야 5년을 채울 수 있고, 5년을 채워야 이 치료의 목적인 재발 감소가 완성됩니다.
내분비내과 진료실에서 호르몬 치료 환자분께 가장 자주 드리는 말은 "약은 그대로 드시면 됩니다"입니다.
뼈가 약해져도, 혈당이 올라도, 그것을 받쳐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저희 일이기 때문입니다.
뼈가 약해져도, 혈당이 올라도, 그것을 받쳐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저희 일이기 때문입니다.
암을 억누르는 약을 끊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치료에 내분비내과가 있는 이유입니다. 암 치료 과정을 안전하게 마칠 수 있도록, 내분비내과가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글은 한림병원 의료진의 감수를 거쳐 작성되었으며, 일반적인 안내로서 개별 환자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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